UPDATE : 2018.4.23 월 15:27
상단여백
HOME 칼럼
레나의 구독자 급락에서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사실
  • 전준강 기자
  • 승인 2018.02.09 19:52
  • 댓글 0
왼쪽은 이재용 부회장, 오른쪽은 레나 / KBS, 레나 인스타그램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아야 할까? 이 나라에는 욕먹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한 사람을 꼽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최근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닐까 한다. 

지난해 탄핵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고, '재산국외도피', '횡령', 국회 위증, '범죄수익은닉'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유죄'는 인정됐지만, '감옥'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피하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과 학계 등 각계에서는 이유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고, 저마다 논리적인 이유를 내세웠지만 국민들은 그 논리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저 "삼성이 삼성 했는데 무슨 이유를 찾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위상과 권력을 통해 법의 엄중한 심판을 피해간 이 부회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마도 이 부회장이 살아오면서 먹었던 모든 욕보다 판결 이후에 나온 욕이 더 많았으리라.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이 부회장이 언제나, 항상 욕을 들어야 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자 전면에 나서 '사과'했을 때는 오히려 찬사를 받았다. 

그는 사과문을 직접 낭독하고, 2번이나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직접 읽어 내려간 사과문 속에는 '잘못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었고, 피해자를 정확히 언급하고 사죄했다.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방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낭독한 사과문

구체적인 개선책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다시 한번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군더더기 없는 사과문"이라면서 자존심을 접고 직접 고개 숙인 그를 칭찬했다. 아마도 국민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을 받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이처럼 '사과'는 진실로 해야 하고, 자신의 잘못을 명확하게 인지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아무리 잘못한 사람이라도 '용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못한 일이라도 'CAT'이라고 하는 사과의 3원칙이 있다면 용서받는 경우가 많다. 그 3원칙은 '콘텐트'(Content, 내용), '애티튜드'(Attitude, 태도), '타이밍'(Timing, 시의적절성)이다.  

이것이 없다면, 아무리 사과를 해도 대중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근 MCN 산업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중 뷰티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던 뷰티 유튜버 레나(장희재)는 이것이 부족해 '구독자 급락'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사건이 촉발된 1월 17일부터 그녀의 구독자는 내리 하락세를 기록하며 20만명이 넘게 구독을 취소했다. 이로 인해 약 107만명에 달하던 구독자는 어느새 87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녀의 사과문 속에는 '변명'만이 가득했고, 자신의 진정한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또한 타이밍도 너무 늦었다. 국면을 전환하는 데 성공했던 이 부회장의 사과문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변명문'이었던 것이다. 

레나는 1월 22일 사과문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는데, 구독자 하락이 줄어들었던 전날과는 달리 급락세가 다시 시작됐다. / 소셜블레이드

더 큰 문제는 '유튜버'인 그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사적인' 인스타그램에만 사과문을 올렸다는 것. 유튜브 채널은 '공식적인 곳'이고 인스타그램은 '사적인 곳'이라는 차이를 그녀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SNS를 완전히 사적인 곳으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에는 시각차가 있겠지만, 유튜버가 사과할 때는 인스타그램이 아닌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 사과문이 올라오기 전날에는 구독자가 4327명이 줄었지만, 올라온 날부터는 6일 동안 매일 하루 1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빠져나갔다. 그녀의 '4과문'에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결국 레나는 진정성 없는 사과로 사람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CAT'도 없고, 자신이 이제까지 얻어낸 것을 잃기 싫다는 것이 너무도 진하게 풍겼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이 했던 "이보전진(二步前進)을 위한 일보후퇴(一步後退)"라는 말이 있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뒤로 물러서거나, 희생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5월 10만 구독자를 돌파한 뒤 급격한 상승가도를 달려온 레나. 지금의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희생'이 필요해 보인다.

전준강 기자  orionnada@mediassul.com

<저작권자 © 미디어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준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벨 누르지마세요’ 부탁에도 초인종 울려 아기 깨운 전도사의 최후
‘벨 누르지마세요’ 부탁에도 초인종 울려 아기 깨운 전도사의 최후
케이블에서 만나는 ASMR 이색방송, ‘아름다운 꿀꿀선아가 시청자의 귓속을 책임집니다’
케이블에서 만나는 ASMR 이색방송, ‘아름다운 꿀꿀선아가 시청자의 귓속을 책임집니다’
여백
Back to Top